(퍼 옴) 문재인, 김이수, 김선수, 그리고 통진당 세상의 뒷담화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이수 헌법재판관은 2014년 통합진보당 위헌 정당 해산 심판에서 해산에 반대하는 유일한 소수 의견을 냈다. 전체 결정문 346쪽 중 절반 이상인 180쪽에 이르는 그의 소수 의견을 끝까지 읽어 보면 그가 위헌 정당 해산 제도 자체를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의 이유는 두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실효성이란 측면에서 해산된 정당이 외견상 합헌적인 강령을 제정하고 활동하면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그의 예상은 근거도 제시되지 않았거니와 실제 전개와도 맞지 않다. 통진당이 해산된 후 후속 정당이 만들어졌지만 유권자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반면 이석기 문제를 둘러싸고 통진당과 갈라선 정의당은 종북의 이미지를 말끔히 씻어낸 진보 정당으로 다른 정당 지지자들로부터도 따뜻한 반응을 얻고 있다. 통진당 해산은 실효성이 있었다.
 더 문제가 많은 이유는 정당 해산제는 민주주의 체제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자율적 의사 결정에 중대한 제약을 초래한다는 주장이다. 그 자체로는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국민은 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분단 상황을 고려해 정당 해산제를 채택하는 결단을 내렸다. 헌법 재판관은 법률 위에서 판단하지 헌법 위에서 판단하지 못한다. 헌법 조항 자체를 의문시하는 주장은 헌법 제정권자인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는 할 수 있지만 헌법재판관으로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분단을 겪었던 독일은 통일된 지금도 정당 해산제를 유지하고 있다. 김 재판관은 압도적인 강제 해산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해 정당 해산 결정은 정당화될 수 있다고 하지만 압도적인 강제 해산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그가 통독 전 서독 연방 헌법재판소의 공산당 해산까지 비판하는 것을 보면 그의 기준으로는 이 세상에 강제 해산할 정당은 없다.
 김 재판관은 이석기 일당이 통진당 내에서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에 전체로서의 통진당을 해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진당이 내세운 ‘진보적 민주주의’ 같은 강령이 반(反)민주적이기는커녕 민주주의 심화에 기여한다는 논리를 펼쳤다.
 독일 연방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유타 림바흐는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라는 책에서 “위헌 정당 심판은 전체 정치 상황에 대한 정확한 개관뿐만 아니라 정당의 음모에 대한 통찰을 필요로 한다”고 썼다. 위헌 법률 심판이나 헌법 소원 심판은 사법적 판단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나 위헌 정당 해산 심판은 사법적 판단을 뛰어넘는 정당의 음모에 대한 통찰까지 요구한다.
 통진당은 북한의 전쟁 개시에 호응해 평택 석유 비축 기지, 혜화 전화국, 철도 시설을 파괴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이석기 일당이 부정 경선으로 국회의원이 되고 당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는데도 막지 못했다. 진보적 민주주의라는 그럴 듯한 이념을 표방한 정당을 내세우고 지하에서 활동하다가 결정적 순간에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공개적인 자리로 솟아올라 헤게모니를 장악하는 방식은 레닌주의 정당의 전형적인 방식이다. 정당의 음모를 가장 잘 알 만한 재판관이 다른 재판관들은 모두 알아차린 음모를 혼자만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순진한 것인지 순진한 척한 것인지 고개가 갸우뚱해진다.
 총리나 장관 후보자의 도덕성 논란은 김 재판관이 가진 사고의 문제에 비하면 한가로운 얘기다. 김 재판관이 재판관으로 있으나 헌재소장으로 있으나 어차피 헌재 결정에서 한 표일 뿐이라는 생각은 안이하다. 통진당 해산 사건에서 통진당 측 변호인단의 단장을 맡은 김선수 변호사는 지금 대법관 후보로 추천돼 있다. 그는 문재인 정권에서 대법관이 될 가능성이 가장 높은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다. 김 재판관의 헌재소장 임명은 김 변호사의 대법관 임명으로 쉽게 이어질 수 있다.
 김 재판관은 2012년 문 대통령이 속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추천 몫으로 헌법재판관이 됐다. 김 변호사는 2005년 문 대통령이 노무현 정부의 민정 수석 비서관이었을 당시 사법 개혁 비서관을 지냈다. 문 대통령은 “통진당 일부의 일탈이 통진당 해산 사유가 될 수 없다”며 이들과 동일한 논리를 펴 왔다. 통진당 해산 결정의 정당성을 뒤집어야 자신의 면목이 서는 동질감이 형성돼 있다. 이런 동질감이 사법 권력에 영향을 미치도록 내버려 둬선 안 된다.
- 송평인 논설위원 / 동아일보,
오늘자 동아일보 ‘송평인 칼럼’에서

덧글

  • 나인테일 2017/05/31 22:11 #

    이 사람들은 평화로운 현재가 언제까지나 계속될 상수라고 생각하고 영 좋지 않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을 무리수를 두며 부정하죠. 이번 청와대 인선에서 군에 대한 천시도 이런 발상에서 나온거라고 봅니다만 도대체 뭘 믿고 그러는지 모르겠습니다.
  • 바탕소리 2017/06/01 01:31 #

    테러리스트들은 그런 방심을 노리죠. 북한도 물론입니다.

    테러리스트들이나 북한이 전력의 열세 따위를 신경쓰는 집단도 아니고 말이죠.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7/05/31 22:27 #

    이번에애말로 본인들이 잘해낼수 있다는걸 증명하기 위해 그런건가요?

    통합진보당은 국민당 내부의 공산당입니다. 쑨원도 레닌의 지원과 도움을 받았고(이건 진짜 진짜 어쩔수 없는 사정임). 중국 공산당을 믿고 받아줬지만. 중국 공산당은 국민당 내부에서 선전과 선동, 이간질, 테러와 방해 공작, 정치 파벌화, 분열. 자기 세력 구축에만 열을 올렸어요. 쑨윈이 일찍 죽고 장개석이 전력을 다해 토벌을 할려 했으나. 소련과 중국 공산당의 농간에 의해 실패.

    다행히도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계열은 멍맹충이라서 제대로 밟혀졌으나.

    전 이게 진보의 몰락의 정점으로 보지 않습니다. 진보의 몰락은요. 현대 미술. 신발 에펠탑 논란에서 징조를 느꼈거든요. 통진당은 기 - 승 단계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승 - 전 단계일지 모릅니다.'결' 의 단계는 베네수엘라와 브라질, 영국의 복지병일 겁니다. 저로서는 이번 인사 임명과 관련해선 '진보' 의 자만심으로 봅니다. 이번에야말로 내가 잘해낼수 있다란 알량한 자만심!
  • 바탕소리 2017/06/01 01:32 #

    결은……준가르인들일 수도 있습니다.

    기억하세요. 대한민국을 지구상에서 삭제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최소 10억은 줄을 섰습니다.
    (중국 인구부터 계산하자면)
  • 터프한 얼음대마왕 2017/06/01 07:48 #

    준가르인과 관련해서는 중국의 입장과 중국의 서진이란 책에 나온 입장과 다릅니다.

    중국의 서진이란 책을 낸 저자가 중국 당국과 연구 협력에 큰 방해와 외면을 받고 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더군요. 서양인 중국사 교수임에도 불구하고요.
  • 2017/05/31 22:28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6/01 01:33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The buzzard 2017/05/31 23:00 #

    '일부의 일탈'이라.. 리석기,리정희,김재연 같은 동무들이 '일부'라고라? 개신교 계열 '일부 이단'은 애교수준이네요 ㅋㅋㅋ. '일부'도 아니고 '상당수'도 아니고 다수,수뇌부가 썩어 빠진거를 가지고 쉴드 칠 생각이 드는지 신기합니다
  • 바탕소리 2017/06/01 01:35 #

    권영길과 심상정과 주대환 등등이 왜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의 전신)에서 쫓겨났는지 잊어버린 사람들이 많아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2017/05/31 23:0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6/01 01:3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nolifer 2017/06/01 09:44 #

    저들이 원하는건 단 한가지 밖에 없죠.
    '조선 민주주의 린민 공화국 만세! 위대하신 민족의 등불 김일성 수령님 만세!
    우리 조선민족끼리 힘을 합쳐 미제국주의자들을 죽탕쳐 버리고,
    전 세계에 공산주의와 우리 수령님의 주체사상을 널리 퍼뜨리자!'
    이런말을 시청광장, 국회, 청와대, 기자회견등등의 공개석상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것.
    진보것들은 이런걸 알고도 자기들 권력욕 때문에 묵인하는 경우와 진짜 선동당해서 그들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는 경우죠.
    우리는 다 알아요. 저것들이 진짜 적이고 진정한 진보들은 저들손에 죽거나 강제로 입막음 당하고 있다는걸요.
    그래서 이번 대선에 문재인 찍어준 이유고요. 저들을 죽이기 위해선 다시한번 국민들에게 저것들의 본 모습을 적나라하게 까발려야 합니다. 진보라는 이름 하에 자기 의견에 반하는 자들은 모두 인간 이하의 쓰레기이자 혐오주의자로 둔갑시키는 나찌 파시스트들과 홍위병 놈들을 몰아내야 합니다.
    지금이 기회입니다. 보수, 진보 둘다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요
  • 바탕소리 2017/06/01 12:08 #

    적절한 때가 올 것입니다.
  • nolifer 2017/06/01 17:43 #

    지금 저것들 하는 짓거리들 보면 곧 그 때가 오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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