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할 일: 아주 간단하지만 중요한 한두 가지 세상의 뒷담화


 우리나라는 탄핵 정국이란 혼란기를 넘어 새 정부를 맞이할 변곡점에 서 있다. 그런 시점에서 성장 엔진인 수출이 살아난다는 것은 대단한 호재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세계가 수퍼 호황을 누릴 때 ‘나 홀로 저성장’에 빠진 경험이 있다. 노무현 정부 5년(2003~2007) 동안 시장 경제에 역(逆)주행한 결과, 세계 경제 평균 성장률을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다. 양도 소득세 강화, 종합 부동산세 신설 등 세금 폭탄은 집 값 안정엔 실패하고 오히려 소비 심리를 악화시켜 민간 소비를 위축(8.9%→5.1%)시킨 요인이 됐다. 성장보다 복지를 앞세워 복지 예산을 77% 늘렸지만 ‘양극화 해소’는 커녕 소득 분배는 악화됐고, 성장률은 7%대에서 4~5%로 뒷걸음질했다. 민간이 뛰어다닐 시장에 정부가 플레이어로 나섰다가 벌어진 일들이다.
 정부는 멍석만 깔아 주면 된다. 운동장이 기울지 않도록 다져 주고, 반칙하면 엄벌하는 심판 역할만 하면 끝이다. 최순실 사태도 따지고 보면 정부가 문화 융성을 주도하겠다고 나섰다가 빚어졌다.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들은 심판인 정부가 선수로 나타나 휘젓고 다니자 그 주먹을 피하려고 수백억 원을 내놓은 것이다. 최근엔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4차 산업 혁명도 정부가 판을 짜려는 조짐이 보인다. 돈이 벌리면 지옥이라도 찾아가는 게 기업이다. 그런 기업들에 알아서 4차 산업 혁명을 디자인해 보라고 하면 된다. 정부는 걸림돌이 되는 장벽을 허물어 주면 그만이다.
 정부가 할 일은 선수로 뛰기 어려운 취약 계층을 보듬는 것이다. 저소득 약자들을 도우려면 돈이 많이 든다. 하지만 조세 부담률(국내 총생산 대비 세금 비율)이 18.5%로 스웨덴·덴마크 등의 절반인데, 국내 총생산의 10%에 불과한 복지 지출을 북유럽 국가처럼 30%대로 급격히 끌어올릴 수는 없다. 대기업이니까, 부자니까 더 뺏어야 한다는 논리는 실효성은 없고 거부감만 줄 뿐이다. 세금 많이 낼 선수들을 설득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조세 부담률을 2021년까지 21.5%까지 높여 복지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유승민 대선 후보의 제안이 현실적이다. 국민 이해를 구해 사회 복지세를 마련하자는 심상정 후보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 김영진 차장 / 조선일보 경제부,
오늘자 조선일보 ‘동서남북 - 멍석 깔아주고 民意 존중하는 정부 돼야’에서

덧글

  • jaggernaut 2017/05/04 13:12 #

    정부 기관 중에 군대, 경찰, 국세청만 돌아가면 나라가 유지는 됩나다. 가장 근본적인 3가지죠. 국방, 치안, 징세.
  • 바탕소리 2017/05/04 14:26 #

    요즘은 그것 말고도 몇 가지 더 있기는 하죠. 기본 인프라 쪽(예: 전기, 수도, 철도, 통신 등) 공기업들이라던가.
  • Kael 2017/05/04 14:11 #

    안철수가 저 얘기를 하니까 더 까이더라고욬
    안철수는 기업주의가 아니라 시장주의(Marketalism)인데...
  • 바탕소리 2017/05/04 14:27 #

    안철수는 사업해 봤으니까 잘 알겠죠. 인정 못 받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 2017/05/04 16:59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5/04 21:25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5/04 21:51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5/04 21:5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봉학생군 2017/05/04 18:28 #

    개인적으론 기본소득제에 대해 논의도 좀 되었으면... 제 4차 산업혁명은 무조건 대기업 위주 독점 구조로 갈수밖에 없고 인간이 창출해 내는 가치보다 정보가 정보를 만드는게 더 가치가 있는 사회라서 노동=돈이라는 공식이 성립되지 않을수 있거든요
  • 바탕소리 2017/05/04 21:27 #

    그 4차 산업 혁명 논의가 우선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기본소득은 그 다음이고요.
  • 피그말리온 2017/05/04 21:36 #

    한국사람들은 정부가 다 해주는걸 너무 좋아해서리...
  • 바탕소리 2017/05/04 21:42 #

    그리스가 지나치게 그러다 망했죠. 물론 인프라 부문에서 공기업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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